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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관리자 2012.02.18 과학동아 4월호 draft 원문 - 외부 공개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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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로 뇌를 조절할 수 있을까?

뇌조절 기술의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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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 기분이 우울해진 김군은 기분 전환을 위해 브레인사우나를 찾았다.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 파마 기계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브레인사우나를 즐기고 있었다. 소음이 다소 거슬렸지만 30분 정도 기계에 앉아 있던 김군은 훨씬 좋아진 기분에 만족하며 사우나를 나섰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빠르면 10년 안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모습이다. 약을 먹지 않고도 우울증을 치료하거나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가 개발되고 있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기억력을 좋아지게 하거나 수학 계산을 잘 할 수 있는 뇌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자기장이나 전류를 사용해서 뇌를 자극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빛이나 소리,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도 뇌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생활을 바꿀 수도 있는 뇌조절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Q1. 언제부터?


머리 밖에서 전류를 흘려 뇌를 자극하는 방법은 이미 200여 년 전에 유럽의 의학자인 알디니, 록웰 등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당시에는 머리에 전류를 흘려서 조현병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했지만 전류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고되지 않은 부작용들도 많았을 것이다. 머리 밖에서 전류를 흘려서 사람의 뇌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경험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사람에게 안전한 전류량이나 전류를 흘리는 시간을 알아내려는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1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뇌에 직류전류를 흘려주는 경두개직류자극기(tDCS)라는 기계를 이용하면 뇌의 특정한 부위의 활성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어, 기억력이 좋아지게 할 수도 있고, 수학 계산을 더 잘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본지 2011년 6월호 - 머리가 좋아지는 기계).

머리에 전류를 흘려주는 방법이 간편하기는 하지만 좀 더 정밀하게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장을 이용하는 것이다. 1903년 미국의 아드리안 폴락은 사람의 머리에 수백 번 감긴 코일을 가져다 대고 자기장 펄스를 만들어 주면 직접 머리에 전류를 흘리지 않아도 뇌에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사람의 몸은 전류를 잘 흘리는 도체이기 때문에 시간에 따라 자기장이 변하면 전류가 유도될 것이라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아쉽게도 시대를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이 기계가 실제로 사용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 자기장을 이용해서 뇌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TMS) 장치는 폴락의 아이디어 이후 1세기가 지난 1980년대 후반에야 사람에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이 기계를 우울증 치료를 위해 사용해도 좋다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서 일반 병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의료기기가 되었다.


Q2. 어디까지 왔나?


뇌공학자들은 빛을 이용하여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신경세포에 해조류로부터 추출한 채널로돕신2라는 단백질을 넣은 다음 어떤 파장의 빛을 쪼이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광유전효과(optogenetics)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전류나 자기장은 넓게 퍼지는 성질 때문에 자극하려는 부위 이외의 신경세포들도 함께 자극이 되지만 빛은 직진성을 가지기 때문에 좁은 부위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이런 성질은 매우 중요한데, 신경세포 중에는 다른 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려는 성질을 가진 것들도 있어서 이런 세포가 같이 자극되면 자극의 효과가 없어지거나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미국 반더빌트 대학의 듀코얀센 교수 연구팀이 근적외선 펄스레이저를 이용하면 단백질을 넣지 않고도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레이저포인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머리에 대고 빛을 쪼여서 뇌를 조절할 수 있는 날도 언젠가 오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소리를 사용해서 뇌를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머리 밖에서 초음파를 한 곳에 집중시키면 음파가 집중된 뇌 부위의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 이제 뇌공학자들은 뇌의 감각 중추를 소리로 자극해서 손, 팔, 다리의 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연구도 시작했다. 이런 연구가 성공한다면 가상현실에서 아바타가 느끼는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있게 될 것이고 이 기술이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과 결합된다면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나와 아바타가 하나가 되는 공상과학 영화 속 설정이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Q3. 미래는?


지금까지 살펴 본 뇌를 자극하는 방법들은 뇌를 통과하면서 세기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뇌의 깊은 부분을 자극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우리 머리 표면과 가까운 뇌의 얕은 부분은 주로 감각, 운동, 인지, 언어와 같은 원초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뇌의 깊은 부분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이나 기억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뇌의 깊은 곳을 자극하기 위해서 긴 바늘 전극을 찔러 넣어 전류를 직접 흘려주는 심부뇌자극술(DBS)을 사용했지만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심각한 상태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만 쓰이고 있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뇌의 깊은 부분을 자극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 중 하나는 마이크로파 빔을 사용하는 것이다. 직진성이 높은 마이크로파 빔을 뇌의 한 부위에 집중시키면 그 때 생겨나는 에너지가 신경세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시에라 교수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뇌자극 방법이 언젠가는 뇌에 바늘을 찔러 넣는 방식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이크로파 빔을 만드는 안테나가 부착된 모자를 쓰면 약을 먹지 않아도 우울증이나 파킨슨씨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의 뇌를 전류, 자기장, 빛, 소리, 마이크로파를 이용해서 자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불과 수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고 아직 어떤 원리로 뇌가 자극되는지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뇌공학자들이 연구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하지 않고도 뇌의 병을 치료하거나 마음대로 우리 뇌를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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