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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관리자 2011.06.02 과학동아 기사 - 머리가 좋아지는 기계 (임창환 교수 인터뷰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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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아지는 기계 (공개)

전류만 살짝 흘려주면 놀라운 일이! 출판일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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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아지는 기계가 있다고? 기계의 스위치를 켜면 머리에 약한 전류가 흐른다. 이 전류는 머리 속으로 들어가 신경세포인 뉴런의 대화를 활성화한다. 이 기계의 이름은 tDCS. 앞으로 뇌졸중 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울증을 치료하는 데 쓸 예정이다. 대체 이 기계는 무엇일까.




[이탈리아의 지오바니 알디니(1762~1834)는 전기 충격으로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전기 충격으로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림은 알비니가 시체에 전기 충격을 주는 모습이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수학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 카도쉬 교수팀이 뇌에서 수리 능력을 맡고 있는 두정엽에 1~2mA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려줬다. 그런데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놀랍게도 전기 자극을 받기 전보다 수학 문제를 더 잘 풀어냈다. 한 번 자극했을 뿐인데, 그 효과가 6개월이나 지속됐다. 카도쉬 교수는 “수학장애(dyscalculia) 환자나 뇌 질환으로 수리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이 방법으로 치료하면 거스름돈 계산 같은 일을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 장치가 tDCS(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경두개직류전기자극)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1월 4일 과학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전류가 뇌 기능을 바꾼다?
연구자들은 tDCS가 수리 능력 뿐 아니라 기억력도 향상시킨다고 주장한다. 미국 템플대의 잉글리드 올슨 교수는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분인 측두엽에 이 장치를 사용했더니 사람의 이름을 듣고 기억하는 능력이 1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류를 흘려주면 왜 머리가 좋아지는 걸까. 과학자들은 전류가 신경세포인 뉴런의 대화를 조절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뉴런의 대화는 물시계에 비유할 수 있다. 위 그릇에 물이 가득 차 넘쳐야 아래 그릇으로 흐르는 것처럼 뉴런도 전기신호가 55mV를 넘어야 옆 뉴런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55mV가 바로 뉴런의 역치 인 셈이다. tDCS에서 흘려준 전류는 이 역치 값을 낮춰 뉴런끼리 신호를 빨리 전달할 수 있게 한다. 머리 회전이 빨라지는 것이다.

tDCS가 머리에 전류를 흘리는 최초의 기계는 아니다. 1804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지오바니 알디니는 직류 전류를 직접 뇌에 흘려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려고 했다. 19세기 말 영국의 외과 의사인 빅터 후슬러는 간질 수술에 전기 자극을 썼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뇌에 전류를 흘리기 위해서는 머리를 여는 대수술을 해야 했다. 또 전류량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기술도 없었다.

이런 기계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는 미국 예일대 의대의 호세 델가도 교수다. 그는 원래 안과 의사였지만 스위스의 생리학자 발터 헤스의 논문을 보고 전공을 바꿨다. ‘고양이 머리에 바늘을 꽂고 전류를 흘려줬더니 분노, 배고픔, 졸음 같은 감정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헤스의 전기 바늘을 이용하면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델가도 교수는 무릎을 탁 쳤다. 그는 평소 정신과에서 하는 수술에 불만이 많았다. 당시에는 강박장애나 심한 폭력성을 치료하기 위해 뇌 전두엽의 앞부분을 망가뜨리는 수술을 했다. 의사들은 이 부분을 아예 잘라 내거나 드릴로 구멍을 뚫었다.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모니즈 박사는 이 과격한 수술을 개발한 공로로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았다.



델가도 교수는 툴레인대 의대의 로버트 히스 교수와 함께 전기 바늘 연구를 시작했다. 델가도 교수팀은 전에 했던 고양이 실험을 떠올렸다. ‘중격’이라는 뇌 부위가 망가져 무기력하게 변해 꼼짝 하기도 싫어하는 고양이였다. 누군가가 자세를 만들어주면 고양이는 하루 종일 그 자세 그대로 있었다. 이런 증상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도 많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고양이의 중격을 전기바늘로 자극했더니 고양이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델가도 교수의 가장 유명한 실험은 ‘투우 길들이기’다. 1963년 델가도 교수는 투우 머리에 전기 바늘을 꽂아뒀다. 정신을 차린 투우는 델가도 교수를 향해 돌진했다. 그런데 델가도 교수가 버튼을 누르자 뇌에 전기를 받은 소는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멈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진행했다. 평온하게 기타를 치고 있는 여성에게 전기자극을 줬다. 그랬더니 갑자기 분노에 가득 차 연구원들을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전기 자극은 뇌의 운동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뇌를 다쳐 팔이 마비된 환자에게 전기 자극을 줬더니 환자가 팔을 뻗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델가도 교수의 이런 실험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뉴욕 타임즈 매거진은 델가도 교수를 “사람의 뇌를 마음대로 조종하려는 미친 과학자”로 보도했다. 예일대도 그의 연구를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델가도 교수는 1974년 미국을 떠나야 했다.


[DBS로 뇌 속 특정 부분을 자극하면 파킨슨씨 병의 대표적 증상인 손떨림이나 관절경직이 완화된다. DBS는 강박증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쓴다. DBS 시술(➊)과 뇌 속에 전기 바늘이 삽입된 모습(➋ 정면, ➌ 측면)]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소설 ‘뇌’에도 긴 바늘로 전류를 흘려보내 뇌의 쾌감 중추를 자극하는 장면이 나온다. DBS로 뇌를 자극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뇌 손상 치료하는 전류
비록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지만 델가도 교수의 연구는 전기 바늘이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백한 사실을 남겼다. 후배 과학자들은 델가도 교수가 고안한 이 장치를 의료기기로 발전시켜 ‘DBS(Deep Brain Surgery, 뇌심부자극)’라는 의료기기를 개발됐다. DBS는 볼펜 심 정도(1.27mm)의 가는 전극을 뇌 속에 삽입해 사용한다. 자극장치가 기계 안에 설치돼 지속적인 전기자극이 가능하다. 이 방법으로 신경회로를 복원하면 떨림증, 만성통증, 간질 같은 다양한 신경계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은 DBS를 파킨슨씨 병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DBS는 강박장애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강박장애는 하루 종일 손을 씻거나 외출할 때 수십 번씩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정신 질환이다. 이는 뇌 전두엽과 그 아래 변연계, 기저핵을 연결하는 신경회로에 문제가 생겨 생각이 회로를 빠져 나오지 못해 발생한다. DBS의 전기 자극이 이 회로를 끊는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이 수술을 받은 사람 44명을 5년간 추적해 관찰한 결과, 45%(20명)가 호전됐다고 한다.

이 장치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승인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의 김찬형 교수는 “강박장애 환자 4명에게 DBS를 시술한 결과 환자 모두 증상이 호전됐다”며 “심각한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도 상당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그동안 강박장애를 수술로 치료하기 위한 시도가 많았지만 외과적 수술이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있었다”며 “DBS는 조직손상 없이 치료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수술 없이 머리에 전류를 흘려줄 수 있는 방법도 나왔다. 1985년 영국의 안토니 베이커는 자기장을 이용해 머리에 전류를 흘릴 수 있는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경두개자기자극)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1.5~3T(테슬라) 정도의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한다. 여기에 머리를 대면 자기장 변화 때문에 뇌에 전류가 흐른다. 2008년 TMS는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며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어 머리에 직접 전류를 흘려주는 장치인 tDCS가 개발됐다. 러시아에서는 1940년대부터 전지로 머리에 전류를 흘려주는 치료법이 있었다. 이 치료는 ‘전기잠 요법(electrosleep therapy)’이라고 불린다. 환자가 낮잠을 자는 30분 동안 시술했기 때문이다. tDCS는 보통 만성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썼다.


[1976년 영국 셰필드대의 안토니 베이커 교수는 자기력을 2T 정도 주면 신경세포의 정보 전달 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85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베이커 교수팀은 TMS를 개발했다.]


[DBS와 TMS는 정확한 자극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영상유도장치가 개발돼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장치(MRI)로 환자의 해부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독일 게오르그 아우구스트 대학병원의 발터 파울루스 교수는 tDCS가 만성통증 치료에 정말 효과가 있는지 알아봤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두개골이 전류를 차단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전류를 흘려줘도 뇌 속으로는 거의 들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전류를 흘리는 tDCS 대신 자석을 이용한 TMS를 많이 연구해 왔다. 파울루스 교수는 “연구 결과 tDCS가 편두통 같은 만성통증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뇌세포는 신호가 쏟아지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흥분한다. 그러나 뇌세포가 과다하게 흥분하면 만성통증이 생긴다. 파울루스 교수는 “tDCS에서 나오는 전류가 뇌세포가 쉽게 흥분하는 현상을 줄여 통증을 억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극으로 뉴런을 활발하게, 음극으로 차분하게
파울루스 교수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tDCS에서 나온 전류는 뇌세포의 신호를 억제하기도 한다. 뉴런의 역치 값을 낮추기도 하지만 반대로 높일 수도 있는 것이다. 보통 음극이 뇌 활성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왔다. 반대로 양극은 뇌 활성을 높인다. 새 장치 tDCS는 양극과 음극이 분리되어 있다.

“양극과 음극, 두손을 이용한 tDCS가 한 덩이 자석을 가진 TMS보다 뇌졸중 재활치료에 더 효과적입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갓프라이드 쉬러그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운동 중추에 tDCS로 전류를 흘려줬더니 운동 능력이 3배 향상됐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11월 11일 과학학술지 ‘뉴롤로지’에 발표했다. TMS를 이용했을 때보다 효과가 16% 높았다.

“우리 몸은 양쪽 뇌 중 망가진 쪽의 기능을 더 떨어뜨리고 멀쩡한 반대편을 더 활용하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마비 증상이 더 심해지죠.”

TMS를 이용해 망가진 뇌(한쪽 반구)를 자극한다 해도 여전히 반대쪽 뇌보다는 활성이 적기 때문에 다시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tDCS를 이용하면 양 쪽 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양극을 망가진 쪽에 붙여 활성화시키고 음극을 반대쪽에 붙여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tDCS의 두 극 중 하나만 쓸 수도 있다. 뇌 기능을 활성화 시키고 싶다면 tDCS의 양극만 뇌에 붙이고 음극은 어깨 같은 곳에 붙이면 된다. 이 방법은 우울증 치료에 이용한다. 미국 뉴욕국립정신의학연구소(NYSPI)의 필립 프레그니 교수는 5일간 하루에 20분씩 tDCS로 뇌를 자극했더니 우울증 환자의 65%가 치료됐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tDCS의 음극은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다. 2008년 브라질 멕켄지대의 파울로 보기어 교수는 “중독 중추인 전두엽 피질을 음극으로 자극했더니 중독 증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로 많은 사람들이 담배, 술, 마약 같은 중독 물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간 “성인의 신경세포는 성장을 멈춰 어른이 되면 뇌는 변하지 않는다”는 설이 지배해 왔다. 그러나 최근 tDCS 관련 연구가 쏟아지며 이 개념이 수정되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머리에 전류를 흘려주면 뇌 기능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 tDCS는 DBS나 TMS처럼 의료기기로 쓰기 위해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임상2상을 마친 상태다.


[양 극을 머리에 붙이기만 하면 준비 완료
tDCS는 머리에 전류를 흘리는 기계 중 가장 간단한 구조다. 9V짜리 전지에 전선 두 개가 붙어 있다. 사용법 역시 간단하다. tDCS의 양 극을
두피에 붙이면 양극에서 음극으로 전류가 흐르며 뇌를 자극한다.]


[tDCS의 음극으로 중독 중추를 억제하면 금연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tDCS, 미래의 의료기기 될까
이제 과학자들은 새 장치의 표준 사용법을 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tDCS 연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5년 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가이드라인이 없다. 치료를 위해 얼마만큼의 전류를 얼마 동안 흘려줘야 하는지부터 정해야 한다. 한양대 의용생체공학과의 임창환 교수는 tDCS로 머리를 자극할 때 뇌 부위와 자극 방향에 따라 알맞은 양의 전류를 흘릴 수 있는 자동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2008년 5월 과학학술지 ‘피직스 인 메디슨 앤 바이올로지’에 게재됐다. tDCS 관련 공학 논문으로는 국내 최초다.

tDCS로 정확하게 머리의 어느 부분을 자극해야 하는지도 정해야 한다. 지금 쓰는 TMS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장치(MRI)로 환자의 뇌 영상을 찍어 어디에 코일을 대야 하는지 결정한다. 그러나 tDCS는 이런 기술이 없다. 지금은 대상 부위 인근에 전류를 흘리는 수준이라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 머리에 화상과 근육경련을 막기 위해 붙이는 전극은 가로, 세로 5cm로 너무 크다. 따라서 뇌의 여러 부위가 복합적으로 자극되기도 한다. 임 교수는 tDCS도 TMS처럼 영상을 이용해 전극을 붙일 위치를 정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MRI로 뇌를 찍어 위치 좌표를 정확히 정하는 방법이다. 그는 “연구에 성공한다면 tDCS는 많은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글 : 신선미 기자 ( vami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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