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관리자 201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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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스마트폰의 '불편한 진실'
[뉴미디어기획 16] 뉴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 '공동체형 인간'
11.07.26 17:44 ㅣ최종 업데이트 11.07.27 09:44 강인규 (fouc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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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이 적외선을 사용한 '헤드트레커'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고 있다.
ⓒ SmartNav
헤드트레커
약자를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왜 좋은 일인가. 우선 사람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배려가 필요한 이를 배려하는 것은 사람세계를 동물세계와 구분 짓는 몇 안 되는 특징 가운데 하나다.
둘째는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제까지 존경 받으며 멀쩡히 거리를 활보했는데, 오늘 걷지 못하게 됐다고 해서 내일부터 평생을 무시와 편견 속에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사람대접을 받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셋째,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약자'라는 말은 '열등한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이 법 앞과 신 앞에 평등한데, 어떻게 '열등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약자란, 어떤 이유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불편 없이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한편, 사회에서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함께 요구하고 싸워가야 한다.
결국 남을 돕는 것은 사람다운 일이고,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일이고, 당연히 지켜야 할 법적·도덕적 의무를 지키는 일이다. 이것만으로 발 벗고 나설 이유가 충분하다. 여기에 덧붙여 따라오는 '보너스'도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창의력을 높이고 다른 방식으로는 생각지도 못할 기술 개발의 기회까지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좋아할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돈도 되는 일'이다.
바꿔 말해, 이제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사회는 경쟁력도 잃고, 그 좋아하는 돈을 벌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하고, 탈법적인 사회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여러모로 어리석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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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트랙' 소프트웨어. 무료 공개 프로그램으로, 머리를 움직여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다.
ⓒ FreeTrack
프리트랙
뇌파를 이용한 게임
뇌파를 이용한 게임을 해 본 일이 있는가? 그런 기술이 있다는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못했다면, 위에서 말한 '어리석은 사회'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손을 쓰지 않고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입력과 조작이 가능한 컴퓨터 장치는 이미 오래전에 개발되었다. 최근에는 뇌파를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관람 중인 영화 줄거리를 바꿀 수 있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예컨대 무료 공개 프로그램인 '프리트랙(FreeTrack)'은 사용자의 머리 각도를 6가지 유형으로 감지해, 사용자가 고개를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정교한 게임을 조작할 수 있게 해 준다. 별도의 장비 없이 일반 웹캠에 무료 소프트웨어만 내려받으면 바로 쓸 수 있다. '모든 이를 위한 무한자유도(All Degrees of Freedom for Everyone)'라는 제품 철학이 말해주듯, 자판이나 마우스가 필요 없는 이 '무접촉' 입력 기술은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되었다.
미국 뉴로스카이(NeuroSky)사와 영국 이모티브(Emotiv)사의 뇌파 입력장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도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제할 수 있게 해 준다. 헤드폰에 설치된 전극이 사용자 뇌파의 패턴을 분석해 다양한 명령신호로 바꾸어 주기 때문이다. 뉴로스카이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스탠리 양은 이 뇌파 탐지 플랫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우리 기술을 이용해, 자판을 쓸 수 없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통해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뇌파를 이용한 인터페이스(BCI)는 물리적 입력장치를 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뉴로보이(NeuroBoy)'라는 게임은 생각만으로 자동차를 눈앞으로 끌어당길 수도 있고 공중으로 들어 올릴 수도 있다. 원하면 주의를 모아 차에 불을 붙여 폭파할 수도 있다. 가벼운 물건은 쉽게 들어 올릴 수 있지만, 크고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때에는 더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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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파를 이용해 물건을 들어 올리고 파괴하는 놀이 '뉴로보이.'
ⓒ NeuroSky
뉴로보이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영화
같은 원리를 적용한 '마인드플레이(MyndPlay)' 영화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 공개된 <파라노말 마인드(Paranormal Mynd)>는 세계 최초의 '영화-관객 상호작용 영화'다.
이 영화에서 관객들은 단순한 구경꾼을 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된다. 겁에 질린 표정의 남자가 당신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 여자친구 레이첼이 이상해요."
당신은 여자 속의 악령을 내쫓는 '엑소시스트'로 초대 받는다. 관객이 주의를 집중해 귀신을 물리치지 않으면 등장인물은 한 명씩 죽음을 맞게 된다. 영화는 관객의 '업무 수행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된 후 세 가지 다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전통적 영화 규칙에 따르면, 인물은 카메라, 즉 관객의 시선을 의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뇌파를 이용한 '상호작용 영화'라는 새 형식에서 기존의 영화 규칙은 여지없이 깨어진다. 이와 더불어 영화와 게임의 경계도 무너지고 만다.
<파라노말 마인드>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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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이 영화의 내용에 참여할 수 있는 첫 상호작용 영화 <파라노말 마인드>.' '엑소시스트'로 초대받은 당신이 집중력을 발휘해 악령을 쫓지 않으면 등장인물이 한 명씩 죽임을 당한다.
ⓒ MyndPlay
파라노말 마인드
뇌파 인터페이스가 가상의 공간에서만 쓰이는 건 아니다. 이미 2년 전에 '염력'을 이용해 물체를 움직이는 '마인드 플렉스(MindFlex)'가 등장했다. 이 장난감은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사가 2009년 가을에 선보였다. 사용자가 정신을 집중하면 바닥에 놓인 공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른다.
원리는 이렇다. 장치 아래쪽에 바람을 일으키는 팬이 있다. 집중력을 높이면 바람이 강해지고, 반대로 주의력을 떨어뜨리면 바람이 약해진다. 사용자는 마음상태로 부력을 조절해 공을 움직여 다양한 장애물 사이를 통과시킨다. 이 신기한 장난감은 내놓기 무섭게 생산분이 완전 매진되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제 뇌파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놀이기구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자동차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 기술의 활용은 지상뿐 아니라 우주항공 분야까지 적용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기 위한 배려가 이처럼 놀라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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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텔사의 '마인드플렉스'. 뇌파를 이용한 첫 장난감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 Mattel
마인드플렉스
배려, 창의력의 원천
한 사회가 남을 잘 배려하는지 보려면,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는지 보면 된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어떤 대접을 받는가. 이 사회에서 그들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어느 사회든 장애인은 전체 인구의 10~12%를 구성한다. 국민 열 명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열 사람 중 한 명이 장애인이 아니라면, 그들이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음을 뜻한다. 장애인의 외출을 막는 무자비한 계단, 불편한 몸을 반기지 않는 대중교통,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이른바 '비장애인'의 시선 때문에 말이다. 장애인들이 존재하지 않는 듯 가둬 놓고 무시하는 사회가 이들과 소통하는 가운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는 없다.
최신 국산 스마트폰을 꺼내 어떤 장애인 편의 기능이 있는지 보라. 한국의 통신기술에 장애인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 통신사들은 해마다 '시각장애인 전용 휴대폰' 기증 행사를 연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장애인과 통신사 자신을 더 잘 배려하는 방법은 모든 휴대폰을 장애인이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애플처럼 말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포함해, 애플의 모든 제품은 장애인 접근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 운영체제는 모두 '보이스오버(VoiceOver)' 기능을 갖추고 있다. 화면상의 모든 메뉴, 파일, 문서를 음성으로 바꾸어 읽어주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이 기능을 이용해 애플의 모든 기기를 어려움 없이 쓸 수 있다.
그밖에 메뉴 글자 크기를 키우는 기능에서, 말로 여러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음성통제(Voice Control)' 장치도 갖춰져 있다. 음성지시로 전화를 걸고, 음악을 연주하고, 현재 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이 흐르고 있을 때 '누구 곡이냐(Who sings this song?)'고 물으면 연주자, 작곡가, 노래 제목 등의 정보도 음성으로 알려준다. 구글의 '보이스액션(Voice Actions)'도 비슷한 기능을 수행한다. 미국 기업들이 이렇게 장애인 배려에 적극적인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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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분노했다. 이유는 '애들 장난감 같다'는 것. 그러나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꿈이었다. 왼쪽 사진은 아이패드가 공개된 첫날, 아무런 지식이나 교육 없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노는 미국 어린이의 모습. 오른쪽 사진은 뉴욕 거리의 아이패드 광고. 일상의 일부가 되어 인간에게 봉사하는 쉬운 기술임을 강조하고 있다.
ⓒ 강인규
아이패드
미국 사회에 보편화된 장애인 배려
장애인에 관해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잘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장애인을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들의 활동을 막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이 적다는 말이다.
장애인보호법(ADA) 규정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장애를 이유로 취업에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대중교통, 공공건물, 상업시설은 장애인이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하며, 통신업체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 통신기기를 문제없이 쓸 수 있도록 조처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 배려는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법적 의무지만, 미국 사회에는 자발적인 배려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미국 어린이들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자'는 수준을 넘어, 함께 삶을 누려갈 동료임을 배운다. 공영방송 만화영화 <드래곤 테일>에는 휠체어를 탄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메리칸 걸'이라는 인형회사는 휠체어와 목발 등의 소품을 내놓고, 많은 어린이들이 이런 장난감을 갖고 놀면서 장애인이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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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어린이들은 태어나면서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운다. 사진은 공영방송(PBS) 만화영화 <드래곤 테일>의 한 장면.
ⓒ PBS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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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아메리칸 걸'의 인형과 소품. 휠체어와 목발이 보인다.
ⓒ 강인규
아메리칸 걸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데 익숙한 미국인들이 그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며, 그들과 더불어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의 사회적 기원>을 쓴 시카고대의 로날드 버트 교수에 따르면, 창의적 발상은 다양한 배경을 지난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에서 나온다.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 사람이 자신의 틀을 쉽게 깰 수 있는 건 당연하다.
지난 6월 <파퓰러 사이언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발명'은 기계식 의수였다. 수상자 마크 스타크는 의수 전문가가 아니었다. 헤어드라이어 밸브를 디자인하는 사람이지만, 팔 없이 태어난 친구 데이브를 돕기 위해 이 일에 뛰어들었고, 7년 만에 값진 열매를 맺었다. 그의 발명품은 고가의 전자 의수를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스타크의 의수를 처음 시연한 데이브는 의수를 끼고 한 시간 훈련 끝에 공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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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적, 신체적, 경제적 조건이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것은, 자신의 틀을 깨는 창의적 사고의 토대가 된다. <파퓰러 사이언스>의 '올해 최고의 발명' 수상자는 팔이 없는 친구를 돕기 위해 본업과 전혀 관련 없는 의수 연구에 뛰어들었다.
ⓒ Popular Science
장애인
머리 나쁜 엘리트 사회
한국 기업은 창의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느니, '상위 1%만을 위한 어쩌구'를 읊어대는 한국 기업들의 창의성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들은 왜 99%의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마다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 이 '엘리트' 집단은 남을 먹여 살리기는커녕, 제 밥그릇도 제대로 못 지킬 것 같다.
실제로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면, 그 기업이 1명 말고 나머지 10만 명을 같이 고용할 이유가 있을까? 셋 중 하나일 것이다. 그 기업이 어리석든지, 어리석을 정도로 관대하든지, 아니면 그 '1/100000 엘리트론'이 거짓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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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퓰러 사이언스> 2011년 6월호. 값비싼 전자 의수를 대체할 수 있는, 저렴한 기계식 의수에 '최고의 발명'이라는 영예를 안겼다.
ⓒ Popular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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