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전자기 연구 소개
하는 일들
- MEG(뇌자도)/EEG(뇌전도) 전류원 분석 알고리듬 개발
- MEG/EEG/MCG/TMS 등의 정문제/역문제 해석
- fMRI와 생체 전자기 역문제의 결합
등등... 인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의 해석 및 역문제에 관한 연구!!!
생체 전자기 연구의 시작
원래 나의 주 연구 주제는 전자장 수치 해석과 역산 문제 해법 (inverse problem solution)을 주로 다루는 계산 전자기학 (computational electromagnetism)이라는 분야였습니다. 주 대상은 전기 기기나 고주파 소자, 그리고 역산 문제는 전자기학과 관련된 비파괴검사 (NDT : Non-Destructive Testing) 해석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전자장 수치해석 분야는 훌륭한 상용 소프트웨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란 매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4개로 이루어진 맥스웰 방정식은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내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숫자였고 30여년에 걸친 전자장 수치해석 연구와 비약적인 컴퓨터 발전에 의해 더 이상 새롭게 해석할 문제가 없을 만큼 포화될 대로 포화되어 버렸습니다. 이 때가 2001년 가을 무렵... 박사 1년차가 다 지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수치해석에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고 소질도 있다고 생각했던 저는 그 때부터 새로운 분야를 찾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를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우연히... 너무나도 우연히 관련 해외 저널을 보다가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외우기도 힘이 들었던 Magnetoencephalography라는 영어 단어를 접하게 됩니다. 바로 "뇌자도 해석"이라는 분야를 본 거지요. 사람의 머리, 뇌를 요소분할하고 자장을 해석하며 역산 해법을 통해서 뇌 내의 신호원을 복원하는 모든 문제들이 생소하지만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나도 한 번 해 볼 수 없을까? 망설임 반 기대 반으로 밤새워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를 연구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 때만 해도 처음 들어 보았던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라는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나는 내 연구의 전환을 맞게 한 한 분의 훌륭한 박사님을 만나게 됩니다. 저와 후배 안광옥(당시 석사 1학년)은 바로 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드리고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두근거림과 함께요. 그리고 그 분들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셨죠.
그리고 드디어 우리에게도 처음 도전해 볼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뇌자도 시스템에서 측정한 실제 뇌에서 발생한 자기장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해서 뇌 내의 신호원을 찾아내는 문제였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버벅대기를 1달 여~ 드디어 그럴 듯한 결과를 내었습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생체 전자기 연구 그룹은 시작되었습니다. 나와 광옥이 2명이서 말이죠...
맨 땅에 헤딩?
이 제목이 제일 어울리겠군요. 말 그대로입니다. 맨 땅에 헤딩입니다. 우리 나라에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깐요. 모든 연구는 책, 논문에만 의존해야 했습니다. 한글로 된 문서는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뇌의 구조는 어떠한지... 어떠한 책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할 지... 논문에는 모르는 단어 뿐이고... 그야말로 막막했습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돌이들이 젊다는 이유 하나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것입니다. 그나마 인터넷이 우리에게 나아가야 할 결과 그림들을 제공해 줄 뿐이었지요. ^^;;
하지만 실험실, 연구실이라는 곳이 그렇게 결과를 기다려줄 만큼 여유있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가 필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닥치는 대로 해 보았습니다. 실패한 결과도 많았지만 그럴 듯한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논문도 몇 편 썼지요. 하지만... 기초가 너무 부족했던 걸까요? "맨 땅에 헤딩하기"는 알아 가는 기쁨만큼 좌절도 안겨주었습니다. 계속해서 reject되는 논문들... 우리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 쉽지 않구나...
그래도 반전은 있다.
우리에게 반전을 던져준 계기는 2002년 여름 BIOMAG이라는 생체자기학 분야 최대의 학회에 참석하고 부터입니다. 허름한 논문을 제출해 놓구선 우리의 허름함을 더 느끼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 많이 배웠습니다. 나는 학회에서 그렇게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학회 가서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적도 없었습니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더군요. 그런데! 그 이후 조금씩 눈을 뜨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이 분야의 대가들 이름 정도는 줄줄 외고... 논문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되기 시작하고... 연구 흐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 게 되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한 지 꼭 1년만이었습니다.
유난히 힘들었던 2002년 겨울
2002년 겨울... 박사 2학년이 끝나가는 시기였습니다. 박사 2년까지 국제 저널 논문을 5편 실었습니다. 모두 석사과정~박사 1학년 때의 결과로 낸 것이었죠. 생체 전자기학이라는 학문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저널 논문은 계속해서 reject되고... 기초의 부족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작 때부터 함께 해 왔던 후배 광옥이가 박사 진학을 포기하기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에 취업하기로 한 것이지요. 많이 말리기도 했지만 솔직히 잡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 때부터 서울대 생체전자기 연구 그룹은 1인 팀이 됩니다. 실험실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는 없고, 그나마 논문도 쓰지 못하니 실험실에서 눈치보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2년 넘게 운영해 왔던 생체전자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bioinverse.com이라는 사이트 이름을 만들었던 때도 이 무렵입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이 무렵엔 크리스마스, 신정연휴 등 가리지 않고 밤을 샜던 기억이 나네요. 뭔가 해보려고 해도, 데이터가 없어서 여기 저기에 데이터 요청 메일을 보내고 답신 없는 메일함에 속상해 하던 기억도 납니다.
2003년! 이리 오너라 이놈의 세상아!
(노래 가삽니다. ^^) 혼자서 일을 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습니다. 함께 얘기할 사람도, 세미나할 사람도, 결과를 보면서 토의할 사람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뼈를 깎는 고통인지를 느꼈습니다. 다행이 이 무렵, 2002년 Biomag 학회에서 만났던 경희대학교 이수열 교수님을 한국에서 다시 만나서 심자도(MCG) 해석을 시작하게 됩니다. 긴 시간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측정한 데이터를 다룬 다는 것이 시뮬레이션에만 의존해 왔던 이전의 연구에 비해서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아주 작은 프로젝트이지만 표준연구원에서 협동과제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표준연에서 AEF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내서 적용해 보았습니다. 경희대학교와 함께 EEG 해석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 사람이 없으면 내가 찾아다니자!"라는 마음을 먹게 된 때가 이 무렵입니다.
2003년 여름... 이제 보인다...
2003년부터 국내 관련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학회에 가도 아는 사람은 표준연구원 분들과 경희대 연구그룹이 전부였습니다. 2003년 의공학회, 뇌기능매핑학회 마다 2편씩의 논문을 내었고, 열심히 bioinverse.com 사이트를 업데이트 해 나갔습니다. 아는 분들도 하나 둘씩 늘기 시작하고, 많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져주시고 코멘트를 해 주셔서 다시 힘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여름 입학으로 후배 이찬희군도 그룹에 들어오기로 했고, 사이트에 가끔 올려 주시는 격려의 글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03년 여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큰 기대 하지 않고 도전해 보았던 Physics in Medicine and Biology 저널에 제출한 논문이 accept되어서 게재된 것입니다. 그 때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표준연 이용호 박사님의 소개로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의 Kuriki교수님을 알 게 되었고 정말 의미있는 뇌자도 데이터를 처음으로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아무리 데이터를 얻으려고 발버둥을 쳐도 구할 수 없었던 귀중한 측정 데이터들을 얼마든지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추석 연휴 1주일간 매일 같이 밤을 새서 드디어 논문에서나 보았던 그림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연구든 공부든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재미있었던 나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빨리 다음날이 되어 결과를 내고 싶은 마음에 밤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2003년 겨울... 잊을 수 없는 일본 연수
생체 전자기 연구를 시작한 뒤로 한결같이 바래왔던 것이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측정 실험을 해 보고 싶다는 것... 또, 정말 이 분야 전문가 밑에서 배우고 싶다는 것... 마지막으로 소박하지만 내가 직접 subject가 되어 실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회는 만들어가는 것이고 뭐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서 알아낸 대학원생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습니다. 연구든 공부든 진전이 없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서 jump해야 한다는데... 나에게는 이 연수 기간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2004년 1월 2월 두달 간은 일본 고베에 있는 통신종합연구소(Communications Research Laboratory)의 간사이선단연구센터(Kansai Advanced Research Center)에 방문 연구원으로 갔습니다. 저의 담당 박사님은 7-8년 전부터 MEG를 이용한 뇌기능 연구를 수행해 오신 Dr. Norio Fujimaki 선생님이셨습니다. 연구 결과도 많이 내었고 신기한 경험도 많이 한 뜻깊은 일본 생활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fMRI와 MEG를 동시에 고려하는 multimodal imaging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왔습니다.
너무나도 열심히 연구하는 박사님의 모습에 열심히 그리고 많이 배워 왔습니다. 지루하고 외로웠던 일본생활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 중에 수행한 연구를 토대로 박사 학위 논문도 썼지요.
2004년 여름! 작은 결실을 맺다
결실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2004년 여름은 나에게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했습니다. 2년 전 나를 한 번 도약시켜 주었던 Biomag 2002학회의 다음 학회인 Biomag 2004에서 Young Investigator Award라는 상을 수상했습니다. 2년 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경외의 대상이었던 그 상을 직접 받게 되니 얼떨떨하기만 했습니다. 물론 나아갈 길이 더 멀고 너무나도 작은 상이지만 아무 것도 모르던 2년 전의 그 느낌과 오버랩되면서 그 동안의 힘든 나날들이 조금이라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분으로 감히(?) 도전했던 임팩트팩터 6이 넘는 Human Brain Mapping 저널 논문도 accept되었습니다. IEEE에 제출한 논문 2편도 게재되고, IJAEM 등에 제출한 논문도 게재되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자신감이 붙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니 결코 자만해서는 안되겠지만 말입니다.
Bioinverse? Bioinverse!
2004년... 저는 조금 더 새로운 일에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국내 최초의 상용 프로그램 수준의 MEG/EEG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보자는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보다 단순한 뇌파 신호 분석 내지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초보적인 해석 정도에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프로그램이 아직 미완성이기는 하지만 SNUEEG입니다. 아직도 손 볼 데가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국내 최초의 EEG 전류원 분석 소프트웨어입니다. 이 버전의 Standard Brain version이 바로 이 홈페이지에 있는 BioEST입니다. 어떻게 찾아들 오셨는지 홈페이지에 방문자들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의료원의 정기영 교수님을 알 게 되어 뇌파 이해에 큰 도움을 얻었고 실제 간질 데이터들을 얻음으로써 연구에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 이제 새로운 시작입니다.
일본에서 연구한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1년 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Analysis of Neuroelectromagnetic Inverse Problem Using Anatomical Information"입니다. 그 동안, 미국의 여러 실험실에 메일을 보내서 나를 홍보하는 과정을 통해서 미국 Minnesota 대학교의 EEG 분석 대가인 Bin He 교수님의 랩에 포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더 큰 세상으로 나갑니다. 새롭게 시작합니다.
Breakthrough라는 말을 흔히들 사용합니다.
연구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Breakthrough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요?
미국에서의 포닥 생활 동안 Breakthrough를 만들겁니다.
그 동안 많지는 않았지만 bioinverse.com을 방문해주신 분들이 주신 격려와 기대의 말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
2005년 새로운 도전 - 미국에서의 생활
현재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의 Bin He 교수님의 지도 하에 새로운 연구들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많이 하지 못했던 실험 쪽의 연구도 수행하고 4달이 지난 현재 이미 Clinical Neurophysiology 등의 저널에 논문을 제출하였습니다. 낮선 미국 생활이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열심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틈틈이 BioEST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어서 version 1.5 test를 이 곳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점점 그토록 원하던 이 분야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더욱 열심히 해서 배운 기술들을 한국에서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자주 업데이트가 되지는 않지만 가끔이라도 들러서 지켜봐 주세요~ 화이팅!